한번 변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세포, 이게 암이나 노화 문제의 핵심 중 하나예요. 그런데 KAIST 연구팀이 그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장치'가 뭔지 정확히 찾아내고, 이걸 풀어서 세포를 되돌리는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해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은 세포 내 분자 네트워크를 컴퓨터 논리 모델로 구현해 분석하는 원천 제어 기술 '루트(ROOT)'를 개발했어요. 루트는 세포 안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관계를 수학적으로 모사해서,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변화된 상태를 유지시키는 핵심 회로들의 집합인 '비가역성 커널(Irreversibility kernel)'을 찾아내는 방식이에요. 쉽게 말하면, 세포가 암세포처럼 비정상 상태로 굳어버리도록 잠가두는 분자 수준의 자물쇠가 어디 있는지 특정한 거예요.
연구팀은 이 잠금장치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았어요. 세포를 되돌리는 두 가지 방법도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 '리셋 제어'는 비가역성 자체는 그대로 두되, 지금 변화된 세포만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방법이에요. 두 번째 '역전 제어'는 비가역성을 만드는 원인 회로 자체를 제거해서 세포가 두 상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에요. 용도에 따라 다른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B세포 분화, 폐암의 상피-간엽 전이(EMT,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는 성질을 갖게 되는 현상), 장세포·베타세포 분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모델에 적용해봤고,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주요 인자들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조광현 교수는 "앞으로 암과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세포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어요. 이번 연구는 김종완·장성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2026년 8월 18일 자에 게재됐어요.
당장 임상에 쓰이는 치료법이 나온 건 아니에요. 다만 '왜 세포가 한번 변하면 안 돌아오는가'라는 근본 질문에 답하고, 그걸 제어하는 기술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연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