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립·다세대(빌라) 매매 시장이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달아오르고 있어요. 2026년 2분기 서울 빌라 매매 거래금액은 4조 9346억 원으로, 2021년 2분기(5조 1887억 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어요. 거래량도 1만 1536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11.7% 늘었고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는 2021년 3분기(1만 3652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기도 해요.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아요.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7월까지 5.27% 올랐어요. 2008년(13.1%)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에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9.5% 올라, 같은 기간 아파트 상승률(10.9%)과 맞먹을 정도라는 분석도 나와요.
지역별로 보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지역이 매수세를 주도했어요.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직전 분기 대비 거래금액 증가율은 노원구(61.1%), 도봉구(59.3%), 강북구(56.4%), 금천구(44.5%), 중랑구(43.6%) 순으로 높게 나타났어요. 진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된 거예요.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걸까요. 시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인상과 월세화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가 빌라 매수로 돌아선 결과로 보고 있어요. 빌라는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 실거주 의무가 없고, 대출 문턱도 아파트보다 낮은 편이에요.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에요. 재개발 초기 단계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요.
다만 임대차 시장을 보면 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요. 2분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서울 평균 60.8%인데, 강북구(79.2%), 강서구(72.7%), 금천구(72.6%), 구로구(70.9%), 도봉구(69.5%) 등 일부 자치구는 70%를 넘었어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수준이라 세심한 확인이 필요해 보여요. 또 월별로 보면 4월에 거래금액 1조 795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6월로 갈수록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정부는 최근 8·13 주택 신속공급 대책을 통해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요.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상한을 660㎡에서 1000㎡로 올리고, 다가구 층수 규제도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어요. 건설자금 대출한도도 호당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고요.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남혁우 연구원은 "재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비아파트 수요 진작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역전세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가격 상승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