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발리볼이라는 종목 이름은 들어봤어도, 실제로 경기를 챙겨본 분은 많지 않으실 거예요. 그래서인지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신지은(25) 선수가 만들어낸 장면도 국내에서 조용히 지나갈 뻔했어요. 그런데 대만 매체가 먼저 이 이야기를 크게 다뤘다는 게 묘하게 마음에 남아요. 🏐
신지은-김정아 조는 지난 20일 일본 헤키난 료쿠치 비치 코트에서 열린 D조 첫 경기에서 태국에 0-2로 졌어요. 분위기가 좋지 않았죠. 그런데 22일 두 번째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의 고유헹-레이첼 유지 조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1(21-23, 21-15, 18-16)로 역전승을 거뒀어요. 1세트는 듀스까지 가다 아쉽게 내줬고, 2세트에서 따라붙은 뒤 마지막 세트에서 끝내 이겼어요. 그리고 25일 태국이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으면서, 신지은-김정아 조는 D조 2위로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16강 진출을 확정했어요.
이 승리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신지은은 배구 선수에서 비치발리볼로 전향한 뒤 8년 동안 파트너가 9번이나 바뀌는 어려움을 겪었어요. 해외 대회 한 번 나가는 데 600만~700만 원이 들었는데, 안정적인 후원사가 없다 보니 스포츠 강사, 햄버거 가게, 카페 아르바이트로 원정 비용을 직접 마련했다고 해요. 전용 훈련장도 없어서 한강공원 공공 모래밭에 네트를 치고 연습했던 시절도 있었대요.
3년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4전 전패로 예선 탈락하고 은퇴까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다시 태극마크를 단 게 이번 대회예요. 거기다 비키니 유니폼 사진이 알려지면서 '노출병 걸렸냐', '술집 여자 같다'는 악플까지 받아야 했어요. 신지은은 방송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비키니는 규정이 아니라 선택이고, 비치발리볼의 전통이자 멋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는데, 그 말이 다시 읽히네요.
OSEN 보도에 따르면 대만 '나우 뉴스'는 이 이야기 전체를 '8년을 버텨 아시안게임 첫 승을 거둔 비치발리볼 여신'이라는 제목으로 집중 조명했고, 일본 매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정작 한국에서 가장 많은 걸 견뎌온 선수가 해외에서 먼저 재조명받는 건 좀 씁쓸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결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에요. 27일 조별리그가 모두 끝나면 16강 상대와 일정이 결정된다고 하니, 한 경기 더 지켜볼 이유가 생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