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당시에는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아 '유령 아파트'라는 말까지 나왔던 대구의 한 신축 아파트 앞에, 전세 계약 접수를 앞두고 이틀 전부터 텐트와 파라솔, 캠핑 의자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에서 2차 전세 물량에 대한 선착순 계약 접수가 시작됐어요. 총 441가구를 대상으로 동·호수 지정 신청을 받았고, 정식 계약은 오는 11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랍니다. 수요자들은 접수 이틀 전인 6일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밤샘 대기 행렬이 이어졌어요.
2024년 준공된 이 단지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통해 전세로 공급된 물량이에요. CR리츠는 투자자 자금으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하는 부동산 금융상품이랍니다. 이번에 공급된 전세가격은 전용 84㎡가 2억2200만~2억6000만원, 전용 113·117㎡는 3억~3억3000만원으로, 인근 시세 대비 최대 1억원가량 저렴했어요.
가격 메리트 외에도 배경이 있어요. 중앙일보는 이재명 정부 들어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방 전세 매물이 급감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어요.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울산·대전)의 평균 전세수급지수는 168.2로, 문재인 정부 당시 전세대란이 있었던 2021년 9월(172.3)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어요. 전세수급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예요.
올 연초 대비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폭도 대구가 가장 컸어요. 3947건에서 2239건으로 43%나 줄었는데, 전세난이 심한 서울(-11%)보다도 감소 폭이 훨씬 크랍니다. 경북(-38%), 경남(-33%), 경기(-30%)가 그 뒤를 이었어요.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은 수도권 대비 부동산 투자가치가 낮아 통상 매매보다 전월세 수요가 많다"며 "미분양이 많아도 전세난이 생기는 이유"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실거주를 유도하고 다주택자·임대사업자 세제를 강화하다 보니 지방 전월세는 더 줄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세제가 강화될수록 지방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에서 전세 오픈런이 발생한 이 상황은, 규제가 낳은 역설적인 단면으로 주목받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