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힌 북한 해커가 온몸을 깁스로 감싼 채 환자로 위장돼 강제 북송됐다는 증언이 나왔어요. 북한인권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이 2026년 9월 29일 공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에요.
보고서에 등장하는 인물은 배용주(38) 씨예요. 1988년 평양 출생으로,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으로 파견돼 암호화폐 탈취와 한국 정부기관·중국 군사기관 해킹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해요. 이후 한국 망명을 결심하고 내몽골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당국에 붙잡혔어요.
체포 이후 과정도 상당히 복잡해요. 중국 국가안전부는 북한의 신병 인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배 씨를 내몽골 후허하오터에서 약 6개월간 취조했어요. 조사가 길어지자 결국 중국은 배 씨를 선양 북한 총영사관으로 넘겼고, 이후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이송됐어요. SBS 보도에 따르면, 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는 비밀 감옥이 운영되고 있으며 배 씨는 그곳에서 약 1년간 감금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어요.
그리고 2023년 8월, 코로나19 봉쇄 이후 고려항공의 평양~베이징 노선이 재개되자 북한은 배 씨를 전신 깁스 상태로 휠체어에 태워 평양행 비행기에 실었어요. 사건을 제보한 대북 사업가는 TJWG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관절 같은 곳을 묶어 석고로 아예 떠 가지고,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다"고 진술했어요. 공항에서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환자로 꾸몄다는 설명이에요.
TJWG는 배 씨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사망한 것으로 내부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어요. 단체는 그동안 탈북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명 공개를 미뤄왔는데, 사망이 확인된 이번에야 공개하게 됐다고 해요.
보고서는 이 사례가 북한판 '여우사냥'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해요. '여우사냥'이란 지정된 동선을 벗어나거나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북한 인사를 추적해 체포·송환하는 공작 활동이에요. 북한이 세계 각국에 파견한 외교관이나 유학생, 특수 파견자가 망명 조짐을 보이면 베이징으로 유인해 대사관 지하에 가두기도 하고, 자체 정보망으로 소재 파악이 어려울 경우엔 거짓 범죄 혐의를 씌워 중국 경찰에 체포 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어요.
북한 해커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어요. 이번 사건은 그들이 임무를 이탈하려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예요. 우리 입장에서도 북한 사이버 위협의 실체와 함께, 그 이면에 있는 인권 문제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